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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여성 혐오, 외국인 혐오, 캐릭터 해석



저는 남들보다 불편한 게 많은 사람일지 모릅니다. 프로는 아니고 아마추어 불편러 정도.. 그리고 이 많은 불편함과 부조리를 체화한 채로 생활하고 덕질하고 있습니다.

우선 생각나는 대로 리에프 얘기를

혼혈..이라는 말도 저는 불편하게 느껴져서 영 쓰기싫은데 아무튼 리에프는 엄마 아빠 두 사람 중 한 명은 일본사람 한 명은 러시아 사람이라고 합니다. 혼혈, 하프라는 짧은 말을 쓰기 싫어하면 이렇게 문장이 길어지네요. 혼혈.. 혼혈이란 말의 정체는 어디있을까요. 러시아 하프, 라고 하는 건 작품의 배경이 되는 일본과 일본인 기준에서 그렇게 부를 수 있는 거고 한국인인 제 입장에선 일본과 러시아 모두 외국인것을요.
리에프는 나고 자란 일본의 대다수 사람과 외모가 다르지요. 머리카락과 눈색도 하이큐라는 작품 전체에서 표현되는 사람 캐릭터(일본인)들 다수와는 조금 다른 색입니다. 고등학교 1학년에 벌써 키가 190cm가 넘고 팔다리가 긴 체형이라(서 배구하기에 유리하다)는 묘사가 작중에 나오고요. 히나타는 리에프와의 첫만남 때 러시아 어로 인사를 해야한다고 생각해 허둥거립니다. 히나타야 모두 알듯이 명석하거나 생각이 깊지는 않지만 반응이 크고 매사에 적극적이며 솔직한 캐릭터입니다. 자연스럽다면 자연스러운 흐름인데, 글쎄요...리에프는 히나타에게 대답합니다. 일본에서 나고 자라서 러시아 어는 못한다고.
리에프의 정체성은 순수 일본인이라고 리에프 본인이 아닌 제가 딱 잘라 말할 수야 없지만 러시아 인보다는 일본인에 훨씬 가까울 거라 생각합니다. 주변과 다른 외모때문에 첫대면에서 일본어로 소통할 수 없는 사람 취급을 받지만요.
그래서 저는 이 부분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한국은 다인종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인종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누군가의 기막힌 말이 기막히게 느껴지는 것과 같은 선에서, 부모 중 한 명이 외국사람이라 외모가 튀는 너는 나와-다수의 우리와 다른 것이고 다른 취급을 받아야한다 는 타자화를 느꼈습니다.
22권에서 경기 중에 상대편 응원석의 누군가가 리에프를 두고 외국인(ガイジン)이 있는 건 치사하다고 말합니다. 이 부분에서도 저는 같은 불편함과 애석함을 느꼈습니다.

누군가를 어느 나라 사람이라고 말하는 기준은 국적인가요? 혈통인가요? 피가 섞였다는 것은 어떤 기준인가요? 인종의 구분은 황인 백인 흑인의 세 가지인가요? 전 잘 모르겠습니다. 잘 모르겠어서 되도록이면 사람들 각자가 바라는 대로 그 사람을 대하고 싶을 뿐입니다.

(오덕스럽게 다가가자면..배구 선수치고는, 또 미들블로커치고는 키가 많이 작은 히나타에게 "너 진짜 작구나 하지만 넌 가볍게 이쯤까지 뛰잖아 나는 그보다 더 높이 닿지만" 하고 말하고, 3학년 선배인 야쿠에게 "(히나타를 꼬마라고 부르다니)선배랑 히나타는 키 차이도 별로 안나잖아요"하고 말했다가 키 이야기로 건드려선 안된다는 야쿠에게 돌려차기를 맞고, 22권에서는 공식전에서 별 활약을 못한 뒤에 "우리는 팀워크가 장점인 팀이라는 걸 알고는 있지만 (주장인 쿠로오에게 너 그거 알고는 있었냐는 말을 듣고...) 일단 [[[내]]]가 많이 득점하고 활약해서 관중석의 환호를 받고 싶다" 고 하는 리에프의 그런 주저없음과 뻔뻔함이 남들이 '외국사람' 취급해도 1도 개의치않는 태도와 일맥상통하는 일관된 캐릭터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느낍니다.)

그리고 이런 글을 쓰게 된 이유인 여성혐오=미소지니, 여성을 대상으로 한 멸시와 폄하, 성적 대상화, 타자화, 몰이해 관련으로 불편했던 점들을 써봅니다.

우선 타나카와 니시노야의 키요코 선배 숭배에 대해서.
권말부록 중에 이 문제에 대해 좋은 결론을 내준 번외편이 있었죠. 시미즈 선배가 짐 나르는 걸 도우면서 나란히 걷고 말을 나누었다는 이유로 타나카와 니시노야에게 붙들린 엔노시타가 그냥 평범하게 대하면 된다고. "우선 도게자는 절대 하지 마."

타나카와 니시노야가 시미즈에게 경칭과 경어를 쓰고 추종하는 태도를 보이고 바깥의 위해로부터 보호하려 하는데 이게 왜 여혐이냐고 하시는 분 혹시 계세요?
뭐 욕하고 깔보고 때리며 착취하는 것보단 낫습니다. 기막히게도 우리 현실은 이것만 면할 수 있어도 감사감사니까요.

하지만 얘네는... 제가 류랑 유를 사랑하지만...

얘넨 좋게 말해 유난이고 쉽게 말해 꼴값이며 이것보다 더 나쁘게 말할 수도 있습니다..
키요코 선배 오늘도 아름다우십니다 하고 말하고 시미즈가 무시하니까(또 오덕답게 캐해석 들어가자면,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난감해서+대답할 가치를 못느껴서 무시하는 거죠 당연하지 않습니까 저런 말에..) 쌩무시해주시니 흥분된다고 말하고, 당신을 겁나게 추종한다고 외치면서 여자선배한테 달려들었다가 따귀를 맞고, 그렇게 뺨을 맞은 노야를 류와 토라가 스승님이라며 존경하고, 상대팀이 3학년 선배인 여학생 매니저에게 경기 내용에 대한 훈계를 듣자 그게 부러운 듯이 우리도 되도록 멸시하는 말로 혼내달라고 합니다. 저급(..하다고 여겨지곤 하는 단어...그래봤자 엉덩이인데? 우리들 대부분 엉덩이는 가지고 있는데 굳이? 왜?)한 단어를 입에 올리자 그걸 들었다고 뭐 특별한 자극이나 포상이라도 받은 것처럼 반응하고요. 潔子さんのお口から'尻'頂きました! ...아 최악이죠.

저도 이 장면들이 웃기..긴 합니다. 큰 동작으로 오버하며 달려드는 액션이 우스꽝스럽고 시미즈에게 한 방에 내쳐지는 결말은 그 큰 액션에 비해 하찮잖아요. 하지만 그 이상으로 불편하고 얘넨 왜 저러나 싶습니다. 시미즈가 흔들림없이 쳐내고 있(는 걸로 보이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인거지 그러니까 전부 괜찮아 하고 우리 모두 맘 놓고 즐기며 태연하게 넘길 건 못됩니다.

시미즈 키요코라는 개인은 카라스노 남자배구부의 매니저로서 팀에 속해있고 선수들의 훈련과 경기를 서포트합니다. 시미즈는 작품 속에서 그 역할을 아주 잘하고 있습니다.
타나카와 니시노야(그리고 야마모토)가 시미즈의 자유로운 언행에 대해 자기하고 싶은대로 해석하고 반응하고 또 요구하는 대로 시미즈가 그들을 무시, 멸시, 질책, 체벌해줄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이건 일방적으로 사도-마조히즘적 뉘앙스의 롤플레이를 바라며 들이대는 거 잖아요?
그래, 사람이 흥분할 수 있습니다. 그건 자연스러운 거고 그럴 수 있는 겁니다. 하지만 성적인 대상이 되고 싶은 의사를 1그램만큼도 표현하지 않은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네 행동때문에 흥분된다고 굳이 입을 열어서 말하는 거 그냥 변태고.. 징그러워요.
후배 남학생의 환상을 채워줄만한 아름다운 외모의, 쿨하게 보이는 행동의 여학생이라고 해서 남학생에게 일방적인 망상의 대상이 되고 그런 어필을 끊임없이 받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닙니다. 충분히 감수할 수 있고 감수해야 하는 일이 아닙니다. 누가 됐든지간에요. 그런 건 얘네들이 작품 안에서 쉽게, 일상적으로 하고 있는 것처럼 누군가에게 일방적으로 바랄 게 아닙니다. 누군가를 인격을 가진 주체로 존중하는 방식이 아닙니다. 얘넨 정말 잘못 배웠어요. 저도 가정과 학교와 사회로부터 잘못 배운 게 많지만 이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가볍게 인사처럼 할 말이 절대 아닌데 어쩌면 그렇게 가볍게 말하는지.

그리고 작품 내에서 이루어지는 여성에 대한 지나친 성적 대상화도 저는 불편하게 느낍니다.
본작은 고등부 남자 경기가 소재인 만큼 남학생들의 운동하는 신체를 열심히 보여주는 작품이죠. 하지만 작품의 주요소재인 배구를 하는 장면이 아예 없거나 있어도 적은 여성캐릭터가 등장할 때에 유독 전신 샷이(애니에선 세로로 흝는 샷이) 많다고 느낍니다. 미형인, 여성캐릭터의, 신체를, 전시하는, 연출이 저는 불편합니다.

애니메이션에선 매니저 시미즈의 등장이 만화원작하고는 좀 다르지요. 만화에선 히나타와 카게야마가 시미즈를 처음 보는 장면이 아마 3대3 경기를 하던 날인데 애니에선 그 이전에 체육관에서 쫓겨났을 때 문 앞에 서있다가 시미즈에게 비켜달라는 말을 듣는 장면입니다. 거기서 시미즈의 엉덩이와 가슴과 얼굴을 효과음에 맞춰서 클로즈업하던... 그런 거 말이죠. 이성애자 남성 기준에 맞는, 여성캐릭터 본인의 의지와는 전혀 무관한, 캐릭터의 개성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수단조차 아닌, 스토리에 아무 영향도 없는, 섹스어필. 이건 뭐고 왜 하는 거죠?
그 외에도 이런 장면은 꽤 있습니다. 경기를 마친 동생에게 달려오는 타나카 사에코의 가슴이 쓸데없이 유난히 흔들리거나 뭐 그런 거요... 일본 애니메이션에 당연하게 나오는 서비스 씬. 이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누굴 위해서 제공되는 것입니까? 어쩌다 이게 매체에서 당연하게 등장하는 대중적인 코드가 되었습니까? 이걸 통해서 우리가 당연하게 대상화 타자화하고 인격을 분리한 단순한 기호로서 받아들이는 것은? 바로 여성 그 자체고 여성의 몸입니다.
남성 캐릭터의 신체를 부위별로 쪼개서 제공하는 연출은 이것만큼 빈번하고, 집요하고, 캐릭터 본인의 개성과 주체성을 삭제한 채로 이루어집니까? 그것이 캐릭터 본인의 의지나 목적과 연관이 있습니까? 여캐가 섹시하게 느껴진 장면과 남캐가 섹시하게 느껴진 장면은 두 장면 모두가 작품 속에서 충분한 맥락을 가진 채 묘사되나요? 그 장면들은 작품 내에서 동등한 가치를 가집니까?

물론 저는 예쁜 걸 보면 좋아하고, 하이큐 그림을 좋아하고, 하이큐 캐릭터들이 예쁘게 나오는 게 좋습니다. 하지만 다른 모든 매체에서 그렇듯이, 여성 캐릭터를 멋지고 이상적이라고 느끼게 하는 요소들은 남성 캐릭터들이 누리는 풍부한 개성에 비하면 초라할 정도로 몰개성적입니다. 가느다란 팔다리 그런데도 멋지게 부풀어올라있는 가슴 부드러운 얼굴선 섬세하고 오밀조밀한 이목구비 그런 거요. 그런 의미에서..여성이 미형으로 여겨지게 하는 숨막히고 빡센 많은 조건을 각종 매체에서 나열하고 재생산하고 대중에게 강요하는 게 불편합니다.
(좀 다른 말이겠지만 그렇다고 일부러 못생기게 그리는 그림이 편한 건 아닙니다. 못생기게 그려놓고서 그걸 웃기고 가볍고 초라하고, 괴롭히거나 괴로워해도 괜찮은 그런 존재로 만드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봤거든요. 사실 남캐든 여캐든 누구든 외모 하나로 인격을 평가하고 역할을 부여하는 게 불합리한 일이죠..
그냥 여성캐릭터들이 남성 캐릭터들 평균만큼만 외모의 선택지가 많고 또 거기에 상관없이 멋지거나 우습거나 캐릭터로서 충실했으면 좋겠습니다.)

얼개없이 생각나는 대로 아무 말이나 써서 다 무너지고 있다는 생각이 슬슬 드는데요... 일단 계속 쓰겠습니다.

타나카와 니시노야의 그 기믹에 관련해 얘기 더 하지요. 얘네는 키요코 선배에게 접근하려는 남자놈들을 무지 경계하는데... 시미즈가 알아서 할 수 있는 문제를 미리 나서서 캬르릉거리는 거 참 이상한 거죠. 다른 남자놈들이 키요코 선배에게 접근하는 것은 막아야 할 불경한 일이고 본인들이 키요코 선배에게 저를 혼내주십시오 때려주십시오 하는 것은 괜찮은가 싶습니다. "좋은 외모" "적절한 코드"를 가진 "여자"라는 게 제일 중요하고 나머지는 상관없어하는 건 양자 동일하지 않습니까. 저는 지금 모르는 사이인 키요코에게 말을 걸고 싶어하고 실제로 말을 걸었던 남성캐릭터들도 같이 까고 있습니다. 시미즈가 곤란해하는데도 계속 달라붙고 시미즈의 갈 길을 몸으로 막으면서 전화번호를 달라고 조르던 테루시마도요. 재밌는 애고 매력적인 캐릭터고, 그 장면은 전개에 유효했지만 그건 절대 잘한 일이 아니지요.

그리고 시미즈도 그렇습니다. 왜 시미즈는 나타나기만 하면 남들이 예쁘다고 수군대고 남학생들이 헌팅하러 나서며 버릇없는 후배들을 무시하기만 하는 선에서 냅두고 테루시마가 끈질기게 달라붙을 때는 쩔쩔매다가 주인공인 히나타가 나타나서 주의를 환기시켜야 할까요. 저는 아 나의 키요코는 그렇지 않아 그것만이 아니다 오덕오덕! 하고 외칠 수 있지만 동시에 이렇게 소극적이고 매력적이고 '여자답게'만 이용되는 장면의 반복이 불편하며, 이것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여캐중에서 시미즈만 이렇게 '여자다운' 특성 안에서만 이용되고 있는 게 아닙니다. 왜 보편적인 여자애는 예쁘장하고 얌전하고 성실하고 소극적인 걸까요? 왜 이들의 보편의 범위는 남자아이보다 좁은 걸까요? 왜 단점이나 악덕을 가진 여성 캐릭터는 똑같은 성질을 가진 남자캐릭터보다 더 나쁘거나 한심하거나 나약하게 여겨질까요? 그러면서도 결정적인 데에서는 남성 캐릭터보다 신체나 정신이 약해서 멋진 남성캐릭터에게 보호받거나 충고받거나 가르침 받아야하는 역할을 맡나요? 오이카와를 응원하러온 여자들, 동생을 응원하러 온 사에코와 차석 매니저 야치는 관중석에서 배구잘알 OB오빠들의 콤비네이션 해설을 듣지요. 갤러리의 해설은 경기, 경연이 나오는 만화에서 독자에게 정보를 전달해주는 필수적 요소지만 여기서도 여성 캐릭터가 주체적이지 못한 역할로만 이용되는 방식은 반복됩니다. 이 역시 저는 기껍지 않게 느끼고, 식상하며 불공평하다고 생각합니다.
아 제 최애커플도 그렇습니다. 스가x키요. 전에도 트윗으로 했던 얘기인데요. 저는 2차를 떠나 작중에 한정지어서는 이 둘이 개중엔 좀 거리감이 덜한가보다 하는 정도였는데... 20권에서 경기에 투입되어 긴장한 스가와라의 차가워진 손을 시미즈가 잡고 따뜻하게 해주니까 스가와라가 대뜸 결혼 운운하지 않겠습니까. 2차 창작으로 이 둘의 연애관계를 짜내는 걸 취미 삼는 제 입장에서는(당연히 제 2차 창작은 어느 정도 '빻타지'입니다. 즐겁지만 괴롭습니다.) 이 사건에서 뽑아낼 수 있는 관계성과 감정선이 늘어난 거긴한데.. 카라스노 3학년들, 또 그 중에서도 대화 씬이 많던 스가는 그래도 시미즈를 어느 정도 대등하게 친구로 여겨주리란 환상이 있었거든요. '여자'만을 앞세우지 않고. 그런데 손 한 번 잡았다고 그런 소리가 팅그러져 나올 줄이야. 일방적으로 배신감 느꼈습니다.
아니 뭐 그럴 수도 있지요. 여자인 야치도 시미즈의 미모에 홀려 임시 매니저가 됐고, 손 잡혔다고 만남에서 결혼까지 망상이 뻗어나갈 수도 있고, 잘 모르면 잘 아는 사람한테 설명들을 수 있는 건데.. 비중도 적은 여성 캐릭터를 이런 방식으로만 반복해서 사용하는 게 별로고 명백히 치우쳐져 있다 느끼게 된다는 말입니다.

이 작품이 여성상과 여성성에 대한 케케묵은 환상을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은 유효합니다. 너무 하고 싶은 말을 막 써놔서 제대로 전해질 수 있는 단어를 선택해왔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제가 위에서 씨부린 모든 말들과 같은 맥락이지요.

인간의 기본값은 남자 (사람=남자, 여자=여자)
라는, 이 세상이 가진 질 떨어지는 확신의 반복입니다. (이 '사람'에는 '여자가 아닌 남자이며 장애가 없고 여자를 성적인 대상으로 욕망하고 있는~' 등등의 긴 말이 생략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다수-라고 많이들 여기는-집단만을 대변하는 이런 말은 거기 속하지 않는 것으로 치부되는 많은 소수성과 그 소수성을 가진 사람 개개인을 무시하고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만듭니다.)
경쟁과 쟁취의 주역은 늘 남성 인간이고 여성은 주체가 될 수 없는 채로 보조적인 역에 머무릅니다. 스포츠 경기의 진짜배기는 남자부 경기이며 여자가 그 주류 판에 낄 기회는 돌봄이나 응원이나 관상용 등의 보조역으로서뿐입니다. 하지만 관리, 감독같은 권위와 권력을 가지고 있는 역할은 물론 남자의 것이죠.
시미즈, 야치는 자기 의사로 남자배구부의 여자 매니저가 되었습니다. 다른 학교의 여자 매니저들도 멋져보이고요. 이들은 확실히 제 역할을 다하고 있고 팀의 일원입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남자 운동부에 여자 매니저가 있는 것을 저는 왜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걸까요? 왜 이 모든 것이 작품 속에서 당연한 요소가 되어있을까요.. 현실에 기반해있는 그 지점들부터가 문제이고 불균형이고 앞으로 모두가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男前? 女々しい? 남자답게, 계집애같이. 낡은 형용 관용어 장치 클리셰 전부 다요.

+쓰려다 까먹은 것이 있습니다.
"집에 가서 제대로 된 밥을 먹어."
당연하고 따스한 말입니다. 하지만, 집에 가면 반드시 깨끗하고 영양균형이 좋은 밥과 반찬이 있는 법인가요? 저희 집은 아닙니다... 운동부 남자애를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건 누군가요? 장을 봐오고 요리를 하고 밥을 차리는 것은 누군가요? 설거지는 누가 하나요?
이 말은 집에서 가사노동을 전담하는 어머니, 그것도 아주 유능하고 자녀에게 헌신적인 어머니가 있을 것을 전제로 한 말입니다. 아니면 집에 돈이 꽤 많아서 그에 상응하는 상품과 노동을 불편없이 제공받을 수 있던지요. 이것 또한 명백한 미소지니이고, 안온하며 거대한 부조리입니다.
일전에 봤던 트윗이 생각납니다. 일본 학교에서 학생들의 어머니에게 공산품 준비물 가방은 절대 안되고 아이가 어머니가 손수 만든 소박한 가방을 들고다니게 하라고 지시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다 큰 어른이고 사회성원이며 어엿한 경제인구인 학생들의 어머니가 가사노동만 하며 그 누가 되었든 요리 빨래 청소 바느질 아이돌보기 등 '여자다운' 일에만 열중하고 직접 준비물가방도 손바느질로 만들어주다니 그게 어디가 소박한지 모르겠습니다. 끝내주는 인력낭비이고 가부장제 최고의 사치인데요.


++이상이 위 글을 썼던 작년 9월까지의 불편한 부분들이었고 그새 좀 늘었ㅋㅋㅋㅋ습니다... 21, 22, 25권 권말부록으로 실린 번외편과 공식트위터로 공개되는 작가친필 보너스낙서가 그것입니다. 권말번외편에 대해선 나중에 시간을 들여서 단행본을 보며 자세히 쓰고 싶고요, 친필낙서... 카라스노 1학년들이 코타츠에 모여 앉아있고 사람이 점점 불어나는 신년인사 그림 시리즈 기억나시나요? 츠키시마가 티비에서 하는 개그를 보며 풋 하고 웃는고 있는데, 그 개그라는 거 내용이 "여자 스커트는 짧을 수록 좋다~" 이런 거더라구요... 영화 '크로우스 앤젤스' 번외편에서 야치에게 빈유도 일부 취향인 사람이 있다고 히죽대며 말하던 츠키시마와 뭔가 일관되는 캐릭터성을 발견한 것 같고 나의 츳키는 그러지 않아라고 외치고 싶어지고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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