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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HQ

I wish you a happy day

b1u5h_J 2016. 11. 8. 21:33
하이큐!! 스가와라 코우시+시미즈 키요코
2016년 6월
-6월 13일 스가와라 생일 축하





6월하고도 중순. 해는 점점 길어지지만 부 활동 시간이 끝나면 이미 해는 진 뒤라, 낮 동안 시끌벅적했던 기척들은 간데 없이 대기는 서늘하기만 했다. 코로 들이쉬는 숨 안에 타인의 기운이 없었다. 검은 색 배구부 운동복을 입은 스가와라 코우시는 양 손을 윗옷 주머니에 찔러넣고, 지금의 자신은 밤 그림자에 잘 어울리겠지 하고 생각했다.
그때 가로등 불빛이 닿은 저편에서부터 인영이 다가왔다.

"……시미즈!"
"스가와라."

누구든 만날 거라 생각하지 않았던 시간에, 여기서 만날 거라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을. 스가와라 코우시는 마주 이름 불러오는 이에게 다가갔다. 보폭을 늘려서, 성큼성큼. 동아리를 같이하는 시미즈 키요코의 귀가길은 그 방향이 아니라는 걸 스가와라는 알고 있었다.

"버스정거장 쪽에서 다시 들어오는 길?"
"히토카 쨩은 버스 통학이라. 해가 졌길래 배웅했어."

히토카란 임시입부 중인 1학년 여자아이 야치 히토카를 말하는 것이었다. 3학년인 배구부 매니저 시미즈는 자신이 부 활동을 은퇴한 후의 일을 생각해 1학기가 절반 이상 지난 지금 신입 매니저를 영입하려 노력하고 있었다. 임시로 배구부 매니저를 체험하고 있는 1학년 야치는 키도 몸집도 아주 작고, 처음 겪어보는 운동부 활동이 낯설어서인지 간혹 겁을 먹은 듯 보이기도 했다. 오늘은 부 활동을 마무리할 때까지 있어준 그 후배를 길이 어둡다며 바래다 주고 오는 시미즈 선배님. 스가와라에게는 동급생이고 또 시미즈는 여학생이지만, 멋지다고 해야할지 믿음직하다고 해야할지. 스가와라는 활짝 미소지으며 말했다.

"아~ 선배님도 큰일이네!"
"글쎄, 아직 스가와라만큼은 선배 노릇을 못했는데."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시미즈가 스가와라를 띄워준다. 스가와라는 왠지 간지러워져 뒷머리에서 깍지를 끼고 있던 양손을 내려 뺨을 긁적였다.

"이번 1학년 가입시기에는 뭔가 일이 많았잖아."

가로등 불빛이 번진 골목을 어느새 보폭을 맞춰서 걸어주는 부주장에게 시미즈가 말했다. 스가와라의 손은 이제 어깨까지 내려와 머쓱하게 뒷목을 만지고 있다. 평소 말 수가 많지 않은 매니저를 알기 때문에 이런 언급들이 더 쑥스럽게 느껴지는지도 몰랐다.

"시미즈도, 엄청 좋은 선배일거라고 생각해."

조금 우물거리듯이 대답하자 시미즈는 장난꾸러기처럼 키득키득 웃으며 노력 중이라고 말한다. 말없이 걷던 둘은 곧 시미즈의 평상시 통학로인 골목 어귀에 다다랐다.

"자, 그럼… 내일 봐."
"응. 스가와라도 잘 들어가."

잠시 멈춰선 채 휴대전화를 꺼내 시간을 보는 시미즈를 스가와라는 그대로 몇발짝 떨어진 채 바라보았다. 전화기를 넣고 그대로 다음 가로등의 불빛 속으로 걸어들어가겠지 싶었던 시미즈가, 멈춰선 채로 어깨에 매고있던 가방 속을 뒤적거린다.

"스가와라."

이름을 부르며 이쪽으로 내민 손에는 뭔가를 쥐고 있었다. 이미 자기 집 쪽 길을 향해 반쯤 돌아서 있던 스가와라는 화들짝 놀라면서도 왼손을 내밀었다.

"뭔데, 시미즈? 주는 거야?"

왼손바닥으로 받은 것은 비닐포장에 싸인 작은 사탕들이었다. 빨강, 초록, 흰색… 

"웬 거야?"
"오늘, 13일이지."
"응. 응? …아!"

뭔가를 깨달은 스가와라의 눈이 커졌다. 다음 순간 골목에 낮고 맑은 웃음소리가 아하하하, 하고 퍼졌다.

"방금 시간보면서 알았어. 6월 13일, 스가와라 오늘 생일이지."

어쩐지 익숙한듯, 계속 하하하 웃는 남자아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시미즈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아, 말 안했으니까."
"응. 그래서 지금이라도. 그런데 줄만한 게 그것밖엔 없어서."
"응, 응."

겨우 웃음을 멈춘 스가와라가 왼손의 사탕들을 꼭 쥐며 말했다.

"고마워."
"알았다면 모두들 축하해줬을텐데."

'어째서 말하지 않았냐'고는 말하지 않는 대쪽같은 매니저를 보며 스가와라는 생각했다. 분명 아침에 휴대전화로 온 축하 메시지들에 답장도 했고, 생일 특식으로 좋아하는 반찬도 먹고 기분 좋게 나왔다. 하지만 아침훈련에 하루 종일 수업에, 방과 후 부 활동까지 하는 동안 어쩐지 잊고 있었다.

"생일도 열 몇 번씩이나 지내다 보면 잊기도 하는구나."

이런 말을 하는 건 너무 애늙은이 같은지도 모르지만. 귀가하면 가족들이 케이크라도 준비하고 기다릴지 모르지만.

"그치만, 나 오늘 하루 종일 기분 좋았어.
아침엔 좋아하는 반찬 먹었고,
이학 시간엔 아슬아슬하게 대답시키는 순서에서 빗나가고,"
"음."

그 맘 알 것 같아, 하는 표정의 시미즈에게 스가와라는 씨익 웃어보였다.

"점심시간엔 옆자리 녀석이 갑자기 먹기 싫은 기분이 됐다면서 매점에서 사온 야끼소바 빵을 넘겨주고…
맞아, 오후수업 때는 준비해온 발표 칭찬받았네.
혹시 나 오늘 하루 종일 엄청 행운아였던 거 아냐?"
"그런 거 치고는 아까 서브 연습 때 한 소리 듣지 않았어?"
"아아… 시미즈, 매일매일 기록해주는 사람이 그런 말하면 뼈 아프다고….
뭐, 하지만 오늘 그걸로 알았어! 왼손을 쓰는 방법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됐거든.
그리고…"

'늦은 하교길엔 시미즈한테 사탕도 받았고.'

왼손가락 사이로 잡은 사탕들을 흔들며 스가와라는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살풋 마주 웃는 시미즈에게 스가와라는 시미즈도 하나 고르라며 손을 내밀었다.

"내가 준건데?"
"생일이니까, 나눠먹자."

시미즈는 조금 고민하다가 초록색 사탕을 집었다. 스가와라는 남은 두 개 중 빨간색의 포장을 까서 입에 넣고는 뒷걸음질하며 팔을 크게 흔들었다.

"고마워, 시미즈! 내일 보자!"
"응. 내일."

가볍게 멀어지는 시미즈를 등 뒤로 배웅하며, 스가와라는 들뜬 걸음을 내딛었다.



'아… 이 사탕… 빨간색, 내가 맘에 안들어하는 맛이었지.'
기쁘게 털어넣은 알사탕이 과일인지 향신료인지 알 수 없는 맛을 입 안에 퍼트리며 대록대록 굴려진다. 기억하기로 이 모양의 사탕들 가운데 제일 맛있는 건 초록색이었다. 그 짧은 사이에 가장 좋은 걸 가져가다니, 역시 시미즈는 참 대단하다 생각하며 스가와라 코우시는 입 안에 남은 사탕을 와작와작 깨물어 부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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