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意気地無しの術
하이큐 스가키요
2016년 6월
-원작 배경
-고백
늘 쓰던 화이트보드에는 무엇인가 다글다글 그려져있어서, 스가와라는 순간 그것이 학교 안 어딘가에서 가져온 다른 물건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어제 썼던 글자를 지운 자국 위에 나무인지 플라스틱으로 만든 입체로 된 글자가 줄을 서서 붙어있을 뿐이었다. 스가는 보드 앞의 매니저에게 물었다.
"이건 웬거야? 자석?"
매니저, 시미즈 키요코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부활동으로 모인 토요일, 늘 하는 연습이 끝난 후 배구부 부장 사와무라와 비품관리를 책임지던 매니저 시미즈의 지휘 아래 대청소가 벌어졌다. 늘 건드리던 부분만 건드리고 나와있는 부분만 청소하던 부실의 수납공간도 배구부가 전담으로 쓰는 제 2체육관의 창고도 완전개방. 따스한 주말 햇살 아래 바닥까지 뒤집어지고 있었다.
"오십음도가 한 글자씩 있는 거 같아. 2학년들이 가져왔어."
"부실에 있던 건가?"
"그건 잘 모르겠어."
보드에 붙어있던 것들만도 꽤 되었다. 스가는 검지손가락으로 글자 하나를 밀어보았다. 자석은 걸리는 데 없이 보드에 붙은 채 미는 대로 미끄러진다. 이쪽에는 이로하 순으로 정렬시키려했던 듯 한 무더기가 모여 붙어있고 반대편에는 라리루레로가 모여있다. 스가의 시선이 한군데 멈췄다.
'다 아스키
이 가 요
코'
"이건 무슨 기준으로 뭉쳐놓은 거래."
"음… 그러니까,"
"시미즈는 뭔가 알고있어?"
조금 주저하던 시미즈가 입을 열었다.
"니시노야와 타나카 두 사람이, 부원들 이름을 붙여놓자고."
"아하, 그래서 이렇게 된 거구나."
스가가 세로로 놓인 きよこ라는 세 글자와 그 아래 높인 さ, ん 를 손가락질하며 그 주위로 원을 그렸다. 키요코, 만 있으면 무례하다고 생각해서 그 아래에 평소 부르듯이 키요코 상, 을 붙인 거겠지.
그 옆으로 다이치, 스가라는 완성된 이름들 밑에는 오른쪽의 키요코라는 글씨 아래 완성된 さん을 똑같이 붙인다는 〃, 반복기호가 그려져 있었다. 그 사이의 아사히あさひ는 さ자를 키요코 상의 さん에 뺏긴 상태였다.
"한 글자 씩 밖에 없다는 걸 계산하지 못하고 오른쪽부터 만들다가, 키노시타가 부르러 오니 그 상태로 급히 나갔어."
"이거 아사히가 보면 울겠어."
그렇게 말한 스가는 정말 지금이라도 마음 약한 친구가 볼까봐 무섭다는 듯 자석들을 떼기 시작했다.
きよこ さん
すか ゛(탁점을 옆에 마커로 그려두었다)〃
あ(さ는 빼앗겼다)ひ 〃
だいち 〃
의 자석들이 오른쪽부터 세로 방향으로 늘어서 있다.
'유치원생도 아니고.'
스가와라는 귀엽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한 후배들 생각에 실소했다. 아사히 아래에 え, の같은 글자가 와있는 걸 보면 아마 정말로 부원들 이름을 전부 만들려다, 재료가 모자라 불가능하다는 것을 중간에야 깨닫고 좌절한 모양이었다. 우선 무너진 아사히의 이름 글자부터 전부 떼어 원래 들어있었을 상자에 넣고, 이 사태를 유발한 키요코 상의 さん도 제거했다.
"이 자식들 치울 생각은 없고 그냥 놀고 있었구만. 다 어디가고 시미즈가 정리하는 거야?"
"사와무라가 찾아서 갔어."
"아아. 그랬구나. 그럼 안심이지."
보드 위의 글자들을 만지작거리며 스가와라는 시미즈에게 다이치가 2학년들을 불렀을 까닭을 말했다. 주중의 체육 수업시간에 일반 학생들이 용구를 옮기다 뭔가에 걸렸는지, 배구 네트 하나가 삐쭉하게 늘어나있었다. 다행히 낡아서 잘 쓰지 않는 것이었지만, 혹시 모르니 창고에 정리해둔 네트를 모두 펼쳐보게 된 것이다. 여기는 방치해뒀어도 체육관으로 가서 지금쯤 더 진을 빼는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비품 목록 가지고 있냐고 물어보러 왔어. 지금 다 뒤집는 중이니까 시미즈가 따로 놔뒀겠지 해서."
"그거라면 어제부터 타케다 선생님 책상에 있을 텐데."
"제일 안전한 곳에 뒀네."
그렇게 말하며 스가는 씨익 웃었다. 내려다 보이는 까만 머리카락과 뒷머리가 그의 칭찬에 어쩐지 의기양양해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스가, 를 떼어내다 한 글자를 남겼다. 조금 위로 옮겼다.
'저기 말야, 시미즈.'
'시미즈ー 키요코.'
"시미즈."
"응, 스가와라."
대답해오는 목소리가 제법 따스했다.
"이 보드 꼭 봐주고, 자석들도 마저 정리해줘. 그리고…"
"그리고?" 시미즈는 바닥에 늘어진 잡동사니들을 둘러보느라, 스가와라의 말은 받아도 시선은 돌려주지 않았다. 여전히 따스한 그 목소리만 돌아왔다. 그리고 잠깐의 정적 후,
"대답은 둘이 있을 때 들려줘." 라고 한숨같은 말만을 남기고 스가와라는 다급히 부실을 빠져나갔다. 무슨 말인가 싶어 순간 고개를 든 시미즈에겐 운동복 차림의 뒷모습이 문 너머로 슉, 사라지는 것만 보였을 뿐이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던 그녀는 자석들을 다 떼어낸 화이트보드 위에 남아있는 글자들을 발견했다.
좋す
아き
해よ
그녀의 귀끝이 살짝 붉어졌다.
"……전교가 선망하는 미인이자 배구부의 마돈나인 시미즈의 마음을, 그런 잔챙이 술수로 얻었다는 거냐.""스가 진짜 패기 없다."
"아, 아사히한테만은 듣고 싶지 않은 말이다…지만 아사히한테 그런 말 들으니 또 왠지 안심이 되는 걸."
"너희한테 난 대체 뭐야…"
"아~ 뭐 어때. 내가 신경쓰는 건 오직 시미즈뿐이야!"
"당당하구만."
"애초에 패기든 의기든 역발산기개세든간에 그런 건 나보다 시미즈 쪽이 더 갖고 있으니까 난 좀 덜 발휘해도 괜찮아!"
이젠 둘이 함께니까.
활짝 웃는 스가에게 친구들이 전에 없이 거친 손놀림으로 관절기를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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